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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계절이야기/ㅁ 가을

안개와 함께 하는 풍경

by 솔체 2011. 11. 29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      숲속에서 만난 자욱한  안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나무들과의 함께 한폭의 동양화를 만든다.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 안개 속에 숨다 / 류시화


나무 뒤에 숨는 것과
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
나무 뒤에선
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
안개 속에서는
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
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

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
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
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

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
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,
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

안개 속에서는
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
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

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
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
서로를 바라본다

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
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
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
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
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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